언론보도

[HERI의 눈]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박근혜 정부 ‘뉴스테이’와 뭐가 다른가?

by 이노베이터 posted Apr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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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4.24>

 

2015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공급 시작
토지수용권 부여 등 기업에 대한 특혜 가득

문재인 정부, ‘뉴스테이 공공성 확대’ 강조
공적 자원 투입해 시장가격보다 5% 낮출 뿐 
공공의 지원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어야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62.2.%로 2005년의 60.3%에 비해 1.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무주택자 비율이 2005년 39.7%에서 2015년 37.8%로 1.9%포인트 감소한 것의 동전의 양면이다. 1년에 수십 만 채씩 주택을 공급해도 무주택 가구 비율은 거의 감소하지 않고 있다. 약 40%가 무주택 세입자 가구이고, 세입자의 대부분은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민간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현재 절대 다수의 민간임대주택은 기업이 아닌 개인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주체를 영리 목적의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뉴스테이라면, 비영리 목적의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사회주택이다.

미래의 분양전환 가격 기준 없는 건 마찬가지

 

공교롭게도 같은 해인 2015년 서울시는 조례를 만들어 사회주택 공급을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일명 뉴스테이법)을 만들어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공급을 시작했다. 임대료, 대상 계층, 임대기간 등 모든 측면에서 사회주택의 공공성이 뉴스테이에 비해 높지만, 사회주택과 뉴스테이에 대한 공공 지원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뉴스테이에 대해서는 기금 출자, 저리 융자, 그린벨트 해제, 토지수용권 부여, 토지의 조성원가 공급, 용적률 상향 등 기업에 대한 특혜가 종합선물 세트로 주어졌다. 2015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시도될 때,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정책이 법률을 통해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령 법률안이 만들어지더라도 뉴스테이에 대한 택지의 공급 의무 등 과도한 특혜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의 토론을 거쳐 일부 수정이 이루어진 채 법률이 통과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의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은 채 여야 합의로 법률이 통과됐다.

 

뉴스테이 관련 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의 한 관료는 “중산층도 텍스 페이어(tax payer·납세자)인데, 왜 정책 대상이 되면 안 되느냐?”면서 뉴스테이를 옹호했다. ‘공공성 부족으로 비판받아 온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에서 공익은 빼고 사익은 높인 4년·8년 뉴스테이를 통해서 중산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시 그 관료가 애써 외면했다고 생각한다.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축소하고 인센티브를 증가시켜 공급하는 비싼 월세 주택을 통해선,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 중산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관료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대형 전광판에서는 거의 날마다 한 축구 선수의 뉴스테이 광고가 나왔다. 심지어 동네 파출소의 작은 전광판에도 뉴스테이 광고가 등장했다. 그렇게 2015년이 지나갔고, 2016년도 거의 지나갔다. 이후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하며 추운 겨울 내내 광장을 지킨 국민의 힘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제 더 이상 뉴스테이 광고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뉴스테이 대신 고속열차의 전광판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광고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뉴스테이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고 설명한다. 시세의 95% 이하(청년, 신혼부부, 노인 등에게는 시세의 85% 이하로 20% 이상을 공급)로 초기 임대료를 규제하고, 무주택자를 우선 입주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공공성 강화의 주요 내용이다. 서울에 공급되는 전용면적 40㎡인 뉴스테이의 예상 월 임대료는 약 100만원이었다. 이것의 95%라면 95만원이다.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시세의 85% 이하라고 하더라도, 월 임대료는 85만원 전후가 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에도 부족한 공공택지를 이렇게 임대료가 높은 주택을 공급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시장가격보다 5% 낮은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사례를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분양전환 가격 기준이 정해져 있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개발 이익을 두고도 입주민들과 기업 사이에 한 치 양보도 없는 싸움이 판교, 강남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분양전환 가격 기준이 없는 뉴스테이는 8년 뒤 분양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인가? 미래의 분양전환 가격에 대해 뉴스테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모두 아무런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뉴스테이의 본질적 한계 여전히 남아

 

‘뉴스테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부른다고 해서 뉴스테이 정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처럼 ‘뉴스테이’를 ‘뉴스테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뉴스테이의 본질은 ‘기업의 영리 추구를 위한 고소득층용 비싼 임대주택’ 공급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시세의 95% 이하의 임대료, 무주택 가구 우선 입주로 뉴스테이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는 없다. 사회적 편익에 따른 공공의 지원이라는 주택정책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모두를 위한 주거권의 실현을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택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위배한 뉴스테이의 본질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 채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채울 수밖에 없다. 영리기업이 공급하는 제도권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뉴스테이는 보완해서 쓸 수 없는,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정책이다. 기업의 영리 추구를 위한 고소득층용 비싼 임대주택은 시장의 영역에서 공급되어야 한다. 공공의 지원은 시장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의 뉴스테이 때문에 이렇게 당연한 말을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심정이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와의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속히 밝혀져야 한다. 새시대의 과제를 추진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