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 [사회적금융의 상상③] 기후위기와 제로 에너지 주택 프로젝트 '에너지스프롱 (Energiesprong)'
2020.08.14 14:00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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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당장의 내 생활에 연결되어 즉각적으로 체감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에서 처음 시작된 에너지스프롱(Energiesprong)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건물은 유럽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 이산화탄소 배출의 35%를 차지한다. 반면 75% 이상의 건물이 에너지 비효율 건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보수 비율은 연간 0.4~1.2%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시민이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인 주거용 건물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다른 그 어떤 영역보다 실제 생활과 밀착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의 펀딩을 통해 처음 시작된 에너지스프롱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낡은 주택을 전체를 개조(retrofit)해서 건물의 탄소배출을 0 (Net Zero Energy)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 환기와 냉각을 위한 설비를 설치하고, 사전 제작한 파사드(facade, 건물의 앞면)를 주택에 부착하여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태양광 지붕을 설치해 주택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자체적으로도 수급하는 형태이다. 주택 전체를 개조하는 레트로핏 작업은 정교한 사전제작 등의 방식을 통해 1~2주 사이에 끝나 편의성을 높이고 전체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췄다.
큰 비용이 한 번에 발생하는 레트로핏의 낮은 인센티브를 보완하기 위해서 에너지스프롱은 생애 파이낸싱 (whole-life financing model) 기법을 사용한다. 레트로핏을 통해 높아진 에너지 효율로 임차인은 절감된 에너지 사용료 분의 새로운 현금흐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활용해 주택조합 (housing association)에서 주택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것이다. 즉 거주민은 더 쾌적해진 거주환경을 누리면서 기존에 내던 에너지 사용요금과 동일한 수준의 비용을 조합에 지불하고, 조합은 절감된 비용만큼을 주택개조 비용으로 충당하게 된다. 여기에 조합이 관리하는 주택들의 수리 및 관리 비용 절감분도 더해진다.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서 에너지스프롱은 40년간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보증한다.
한편 레트로핏의 한 채 당 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데 사전에 제작한 파사드의 부착 등이 용이한 통일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다수의 주택을 조합 (housing association)이 관리하는 사회주택에서 에너지스프롱 프로젝트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첫 시작을 위해서는 초기 네덜란드 정부의 펀딩이 투입되었지만, 2019년 기준 네덜란드에서 5,000채 이상의 주택이 레트로핏을 통해 탄소배출 제로가 되었고, 매년 1,000채 이상이 에너지스프롱을 통해 변모하고 있어 현재는 전체 비용을 낮춰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규모에 도달했다.
이러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에너지스프롱은 ▲(환경) 탄소배출 감소, ▲(거주민) 주거환경의 개선, ▲(주택조합) 관리 및 수리 비용 등의 절감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동시에 추구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했다. 또한, 레트로핏을 통한 사회주택의 에너지 효율의 향상으로 저소득층의 연료 빈곤(fuel poverty) 문제도 해결하는 사회적 임팩트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경우 사회주택의 1/3이 적절한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어 에너지스프롱을 통한 연료 빈곤 문제 해결에 기대가 높다.
에너지스프롱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 북미 등에서도 에너지스프롱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유럽에서도 가장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주택으로 악명이 높은 영국의 경우 노팅엄지역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155채가 에너지스프롱을 통해 변모했다. 한 채당 드는 비용은 약 65,000 파운드가량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한 채당 드는 비용을 40,000 파운드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일정 수준의 규모를 이루기까지의 갭은 EU의 펀딩과 영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채운다. 정부가 5,000채의 retrofit이 이뤄질 때까지 지원하면 전체적인 비용이 대폭 감소하여 별다른 보조금 없이 모델이 지속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현재 2019년 기준 영국 전역에서 186채가 완공되었으며, 가장 많은 파일럿 프로젝트가 이뤄진 노팅엄지역에서 레트로핏을 거친 주택의 CO2 배출이 86% 감소했다고 보고되어 영국은 6,550여 채의 추가 주택개조를 계획 중에 있다.
에너지스프롱은 여러 국가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레트로핏을 기존 주택에 이어 아파트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에서 나아가 신축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네덜란드 2,000여 채의 에너지스프롱 주택 중 40%가 탄소배출 제로 주택으로 신축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스프롱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과 효과 간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그 효과가 불특정 다수에게 돌아가기에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무임승차하게 되는 문제를 생활과 밀착된 인센티브 구조의 설계로 체감률과 직접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즉 레트로핏을 통해 탄소배출의 큰 부분을 사용하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늘리는 데 있어, 거주민과 주택조합에 추가비용 없이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전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nudge) 초기펀딩, 그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매월 총비용을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금융구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사회주택이 이러한 혁신실험이 이뤄지는 가장 적합한 장이 되었다는 데도 큰 시사점이 있다. 이를 통해 연료 빈곤 등의 사회문제까지도 동시에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길도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서울의 부동산을 위한 공급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공급의 절대적인 수량과 용적률 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닌, 기후변화시대 어떠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지, 새로운 주거공간의 보급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만들어갈지도 차분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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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이프인 [사회적금융의 상상③] 기후위기와 제로 에너지 주택 프로젝트 '에너지스프롱 (Energiesprong)', 2020.08.14 14:00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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