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의 내용은 협회 및 해당 조직의 공식 입장과
다소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서울소셜스탠다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는 빠르고 밀도 높은 성장의 역사를 가진 서울(Seoul)을 배경으로, 그 안의 사람과 시간, 공간이 만드는 사회적 관계(Social) 속에서, 우리가 지지할 수 있는 표준(Standard)은 무엇인지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초기에 저희는 도쿄R부동산에서 영감을 받아 장소와 지역을 소개하는 매거진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에 현대차 정몽구재단에서 진행하는 H-온드림 오디션에 2기로 선정되고 약 1억원을 사업비로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공유주택을 공급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때 공급했던 공유주택이 종로구에 ‘통의동집’이에요. 통의동집은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지하, 고시원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시대변화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주거에 담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된 공유주택인데요. 2013년에는· 공유주택이라는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사실 기숙사나 하숙 등의 형태로 젊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1인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에 대한 기획이나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공유주택을 계획하면서 기숙사, 협동조합주택, 수도원, 미·공군막사기준까지 다양한 리서치를 많이 했었습니다.
공유주택의 위치를 통의동으로 정한 이유는,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가족 같은 공동체’가 통의동에 잘 어울리고 수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쉐어하우스 답사를 통하여, 일의 종류와 일 하는 방식이 정말 많이 바뀌고 있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집이 공유주택이라 생각했습니다.따라서 광화문 일대 업무지역을 배후로 시민단체나 갤러리 작은 스튜디오도 많은 서촌이 일과 삶을 연결하는 공유주택을 서울에서 처음 시작한다면 딱이라고 판단한거죠. 그래서 초기 입주자는 주로 건축가나 디자이너, 작가, 안무가 등 창작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있는 다양한 일터의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촌의 동네 분위기와 비슷한 집의 풍경이 만들어 졌습니다.
통의동집,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가족 같은 공동체
그렇게 한 사례를 만들어 놓고나니 이곳저곳에서 답사하러 왔어요. 이 때 ‘한 사례의 힘’, ‘(내가 해봤다는)경험의 힘’을 알게 되어서 앞으로도 좋은사례, 새로운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현재 운영하고있는 주택이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사회주택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현재는 청운광산, 소담소담, 여인숙, 풍년빌라 총 4채 대략 30호 정도 입니다. 2013년 창업 이후 공유주택 관련해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공급세대가 많지는 않아요. 저희는 주택을 공급하고 입주자를 모집해서 임대운영을 하는 것 보다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주거유형을 개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사업을 구분해보자면 주택 개발 업무가 60%, 연구용역으로 30%, 주택 운영 및 관리가 10%정도 되는 것 같아요.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따른...
미션과 가치를 통한 주거유형 개발
저희가 처음 시작한 사회주택 사업은 토지임대부였어요. 민간주택 관리운영을 맡아보니 ‘지불 가능한 임대료를 만들려면 땅 값을 없애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저희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해오다보니까 신규주택만 계속 공급해왔는데, 공유 주택으로는 레노베이션이 어렵지만 공유 작업실, 즉 상가로 전환(막다른) 운영하면서 임대료의 무서움을 알게됐어요. 감당하기 어려운 상가 임대료 때문에 한 지역 안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하더라구요. 실력있는 가게 사장님들이 가게와 함께 가꾸셨던 동네를 떠나가면서 그 지역이 갖고 있던 다양성과 고유의 분위기가 희미해졌어요. 이럴 때 토지임대부를 통해서 수요가 높은 지역에 토지를 마련해서 저렴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수익이 조금 낮더라도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그러한 활동의 가장 기초는 집입니다.
지불가능한 임대료... 땅 값을 없애야...
처음 이 사업을 할 때만 해도 비싼 서울의 토지를 구입하는 것 대신 빈 공유지를 빌려 쓸 수 있어 기대가 높았어요. 그런데 서울시에서 제안한 땅에는 개발이 어려운 많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작년부터 운영관리하고 있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청운광산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건축 행위 등 사업 추진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청와대 인근 지역이라 시공할 때 반입인원 및 장비를 경호실 및 비서실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며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막다른 도로 확폭으로 대지의 20%를 종로구에 내줘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너무 낮아서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어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굉장히 유의미한 사업이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하고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의 토지임대료 산출방식에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어요. 땅 값의 격차에 의해 더욱 양극화 되는 도시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분리, 토지를 안정적으로 장기 임대하여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이나 학교와 가까운 우수한 입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하는 모델인데, 토지 가격에 비례하여 토지임대료를 책정하니 기존의 임대 주택처럼 수요가 없는 곳에, 도시 외곽 또는 버려진 땅에 임대주택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청년들은 더더욱 기회와 자원이 연결되는 도심을 떠날 수가 없어요. 최근에 SH에서 리모델링 사업자를 모집한 노량진 고시원 사업의 경우 한달의 토지임대료만 거의 오백만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토지 감정평가액에 기반한 임대료 산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입지가 좋은 곳은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Q. 청운광산에 대해 입주자분들 주택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좀 해주세요.
함께 화장실도 공유하며 생활하는 것에는 아무리 저희가 공유공간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계획하고 운영규칙을 만들더라도 분명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저희는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거 서비스 제공자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 19가 터져서 입주자 방역수칙을 급하게 만들어 제공했는데, 입주자 분들이 이를 바탕으로 저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우리집 코로나 19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셨더라구요. 입주자 중 자가격리가 필요한 사람이 발생하면 그 층의 화장실은 온전히 분리하고 나머지 입주자들의 생활범위와 경계를 어떻게 할지 동선까지 고려해서 정해 놓으셨어요. 그리고 격리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 까지. 코로나라는 상황과 방역이라는 필요에 의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이렇게 입주자분들이 더욱 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주택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청운광산은 입주자 뿐만 아니라 주변 동네 분들이 환대해 주신 것에 감사해요. 1층에 카페에서 매주 수요일 근교 농장의 농부님들이 정성것 키운 토종 야채와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을 ‘동네 잔치’라며 일주일에 한번 반짝 열리는 작은 채소가게에 시간 맞춰 기쁘게 장을 보시는 것을 보고, 계획 단계에서는 동네 품격을 떨어트린다고 반대하고, 건설 단계에서는 각종 민원으로 임대주택을 밀어내는 이웃들만 봐왔던 저에게는 꽤 인상적인 사건이었습니다.
Q. 노량진에서 LH공공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셨는데요. 요즘 LH용도변경형 사회주택 관련해서 이슈들이 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시원이라는 비주택을 주택으로 바꾸는 ‘용도변경’이라는 건축 행위에 대해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많이 생각해요. 일단 주택은 상가보다 건물 사이의 간격이 더 넓기 때문에(대지 안의 공지 기준) 주택을 상가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서울시에서 하는 리모델링 사회주택 사업들도 (정책적 효율성을 위해서) 용도변경 없이 고시원으로 용도를 유지한 채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리모델링 관련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예외조항으로 숨어 있거나 그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사례가 많지 않으면 잘 모르고 해석에 있어서도 다툼이 많을 수 밖에 없어요.
여기서 문제는 관련 담당자들이 건축법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하는 사업자도 별로 없고 구청 담당자들도 리모델링에 관한 예외조항에 관한 해석과 적용에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정책은 국토부나 서울시가 제정하지만 건축 인허가를 맡은 지자체 구청 담당자들은 건축허가를 내주는게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이 어려워지는거죠.
초기 단계인 용도변경형 리모델링,,,
기술적, 제도적 지원 절실
1990년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관한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저층주거지의 주택들은 이제 대부분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환경·기후 문제가 중요한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리모델링은 철거나 신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축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용도변경형 리모델링 사업이 초기 단계이다보니 관련 담당자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힘들어요. 결과적으로 사회적경제주체가 많은 희생을 감수하게 되는거고요. 이럴 때일수록 국토연구원, LH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서울연구원 등과 같은 연구기관들이 리모델링 활성화 관련 연구를 진행해서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생각해요. 또 금융적인 지원도 절실합니다. 도시재생기금을 이런 리모델링 사업에 써야하지 않을까요? 결론적으로 리모델링은 경험자도 적고 관련 담당자들도 배경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많은 기술적 연구와 정책담당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요. 하루 빨리 리모델링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기술적·제도적 지원이 생겨서 노후화 된 건물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심 청년의 주거에 대응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Q. 앞으로의 서울소셜스탠다드의 비전이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거 및 건축에 대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주거 유형에 대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아갈 거에요. LH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 수행 후 도시 내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활용해서 유의미한 공간으로 다시 재생하는 사업에 관심이 커졌어요. 올해 초 LH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사업에 호텔 말고 다른 용도를 사회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코로나 이후에 도시에 비어 있는 시설들을 조사 했는데 운이 좋게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2개나 발굴하여 사업 신청을 했어요. 나중에 LH에서 극장은 공고문에 없는 ‘문화 및 집회시설’이라 매입을 못한다고 연락이 와서 아쉽지만,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생활 방식에 따라 도시에 필요한 새로운 용도를 제안하고 그에 대응하는 제도도 개선하고 싶습니다.
별첨: 김하나 대표가 협회에 바란다.
"저는 사회주택은 비정상이라 불리고 있는 가족의 형태, 1인가구, 아파트가 아닌 빌라, 단지가 아닌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제고를 늘리고 이 임대주택을 잘 관리하는 사회적경제주체에 관한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원에는 규제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건축 허가제로 민간 시장에 맏겨둘 경우 방쪼개기로, 닭장으로 최대수익을 위해서 임차인들만 착취하는 임대사업자, 불법 건축물만 양성할 뿐입니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기업이 단순히 기업의 금전적 이익만 최우선하지 않는 것처럼, 수익만 극대화 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가치를 넘어서 새로운 공급주체로서 다양한 공급유형을 시도하고 이것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급유형을 지원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이용해서, 안정되고 부담가능한 점유형태를 지향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옮겨가야 합니다."
인터뷰 일시 및 장소: 6월 8일, 노량진 서울소셜스탠다드 사무실
인터뷰 진행: 한국사회주택협회 김준호 팀장, 조유영 매니저
한국사회주택협회(http://socialhous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