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집을 사든 안 사든 마음 편히 같이 살기유럽 사회주택과 공동체 형성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 선지 오래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자가 거주율은 57.7%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질문은 ‘왜 계속 집을 공급했는데, 자가거주율은 늘지 않을까?’ 혹은 ‘왜 집은 늘어났는데 아직도 집 문제로 겪는 고통이 줄어든 느낌이 들지 않을까?'다. 실제로 소득대비 주거비 부담률(RIR)은 저소득층일수록 높고, 과거보다 지금 더 높아졌으며,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은 줄어들어드는 가운데, 다주택자들은 늘어났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도 소수가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결국 집 소유 능력에 따라 돈 있는 이들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기에 나머지는 집을 빌려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이라 해도 자가점유율은 대체로 55%~60%로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머지는 우리나라와 같이 동일한 세입자인데 주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 이유는 집을 사든 안 사든 세입자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관건은, 자기집을 가진 사람이 많으냐가 아니라, 세입자가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느냐 아닐까. 물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자기집 마련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집을 구매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토지는 한정되어있고, 집은 원래가 비싼데, 누구든지 당장 살 집은 필요하다. 그러니 예측가능한 임대료 인상률 아래 쫓겨날 걱정없이 원하는 기간 만큼 살 수 있는 부담가능한 임대주택은 주거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주거선택에 있어
사회주택이 우선되는 네덜란드

사회주택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초기, 세계에서 가장 사회주택이 많다고 소문난 네덜란드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 현지에 가서 공부를 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네덜란드 사회주택을 구하기 위해서 느낀 점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사회주택 입주를 위한 대기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사회주택이 전 세계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고는 해도, 한번 들어가면 계속해서 살 수 있으니, 갈수록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두 번째와도 연관이 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다르게 님비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 집을 사는 것보다 가난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의 ‘전세’ 정도로, 살면서 상황에 따라 누구나 거쳐갈 수 있는 주거형태라고 생각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시간을 기다려 한 번 살아보려 했더니, 네덜란드 동료들의 조언이 "대기리스트가 길어서 한국에 돌아갈 때쯤 자리가 날 테니 현실적으로 힘들겠다"며 "시장에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를 알아본 다음에 어쩔 수 없이 공공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리지만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을 알아보는 것이 선행되고 나서야 민간시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가조메타시티의 외부와 내부 모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구시가지 올드타운

가조메타시티의 외부와 내부 모습
 

셋째는 특정한 월세수준 이하는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점이다. 개인 소유라도, 2017년 기준 월세 711유로(한화 약 90만 원) 이하 주택은 임대료와 인상률 통제를 받는데다,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1~2년 단위 계약이 아닌 무기계약이다. 불장난을 한다거나 불법행위를 하는 등 몇 가지 경우 외에는 집주인은 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 개인적인 경우일 수 있으나, 내가 살던 집은 정부가 발표한 인상률을 굳이 집주인이 매년 채우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회주택과 민간주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일임대모델'의 주택체제인 셈이다. 아마도 사회주택의 비중이 전체의 30%가 넘으니까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다.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분양과 임대가 혼재하는 ‘소셜믹스’

최근 국내에서도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분양세대와 임대세대가 혼재하는 소셜믹스의 사례다. 해외에서도 재정난과 슬럼화 등 각종 부작용을 거친 복지국가들도 소셜믹스에 대한 실패를 거듭했다. 계층 간 갈등으로 폭동까지 겪으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학자들은 폭동의 원인에 대해 이민자와 취약계층을 임대주택단지에 모여 살게 되며 발생한 ‘세그리게이션(segregation)’, 즉 계층의 공간적 분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는 소셜믹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나라다. 비결은 저렴한 임대료로 계층 구분 없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보니 다양한 계층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소셜믹스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사회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해 정부가 월세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니 주거에 대한 부담마저 없다. 이는 임대를 공공의 영역으로 넣고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공급하는 우리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사회주택 속에 소셜믹스가 담겨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층 화합이 이뤄져 갈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사회주택 비중이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 3위인 오스트리아,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사회주택이 사회통합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아니면 별도의 매개변수가 있는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사회통합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조메타시티의 외부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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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정착을 위해선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의 역사만 100년이 넘었고 여러 단계를 거쳐 왔다. 초창기에는 정부지원이 많았지만, 사회분야가 성장한 결과 WSW라는 상호연대기금으로 1차 보증하고, 2차로 정부가 지원하는 체제가 정착했다. 현재 사회주택공급자들인 보닝코포라시(Woningcorporatie), 한국말로 ‘주택협회’들이 갹출해 조성한 기금규모만 90조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는 지난 2012년 7월 설치된 사회투자기금이 사회주택 공급주택에 대한 공공 재정지원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공공’주택이 외국의 사회주택과 같은 역할을 했는데, 별도로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이 ‘사회’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 덕분에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비영리, 혹은 제한영리 주택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2015년 1월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공급 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소수점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주택은 장기임대사업이므로, 초기에 들어간 자본금을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기에 공급자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애초에 아니다. 또한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입주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이제 발을 딛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주택이기에, 공공이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토지지원리츠, 사회주택리츠, 매입확약 등으로 공급자의 토지와 건설비용 조달을 도와주고 신용을 보강해주며, 입주자의 주거권 보장에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한국 사회주택이기에 곳곳에 기존의 부동산개발의 관행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사회주택 공급주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입주자들의 참여 속에 지역커뮤니티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사회주택이 늘어나길 믿으며 기대한다.

가조메타시티의 외부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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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사)한국사회주택협회 최경호 이사/정책위원장발행일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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