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지역관리기업을 가다주거복지 및 지역개발 정책 해외 사례 탐방 1
은평구 공무원들과 사회적 기업 (주)두꺼비하우징 임직원들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8일까지 주거복지 및 지역개발 정책 역량강화 차원에서 프랑스와 독일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 해외 연수는 주민 참여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지역 개선 선진사례 시민 주도의 지역 재개발 정책과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 보급 정책 등에 대한 탐방으로 프랑스 파리의 지역관리기업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단지 튀빙겐 시청 및 재개발 단지 퀴퍼스부쉬 생태주거단지 등을 방문하였다. 이번 연수에는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은평구 공무원 10명 마을만들기 사회적기업 (주)두꺼비하우징 이주원 대표이사 김미정 부장 등이 참가하였다. 
 
은평시민신문은 이번 해외연수 경험을 지역 주민과 나누고자 (주)두꺼비하우징 이주원 대표가 쓰는 연수 체험기를 4~5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 정문에서... 건물과 사무실이 참 깔끔하고 잘 정돈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주원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8일 주거복지 및 지역개발 정책 역량강화 차원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다녀왔다. 
 
연수 첫 날 방문한 곳이 파리시 17구의 지역관리기업(Rágis de quartier)이다. 지역관리기업은 은평구의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과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어서 꽤나 관심이 많았던 곳이다. 6월 1일 오전 파리시 17구에 소재한 지역관리기업을 찾았다. 정문에서 보이는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은 건물과 사무실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투적인 지역 철거반대 운동에서 기원한 지역관리기업
 
지역관리기업은 1970년대 프랑스 루베(Roubaix)시 알마-갸르 구역에서 발생한 지역주민들의 전투적인 지역 철거 반대 운동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후 지역 철거 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군의 사회학자들과 연구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구역을 재생시키는 조직으로서 도심 민중 작업장(atelier populaire urbain : APU)을 만들었다.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 모델은 지역관리기업이라는 형태의 사회경제조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지역관리기업은 기업이자 민간단체이며 정치조직인 복합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후 도심의 쇠퇴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재생을 바라는 주민들과 지자체 지역 내 주요 주체들이 합의하여 지역관리기업을 설립해왔다. 지역관리기업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지역관리기업(Rágis de quartier)은 인구밀도가 높은 서민 주거 지역에서 조직되는 유형이며 낙후지역관리기업(Rágis de territoire)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조직된다. 
 
1988년 지역관리기업 연합인 CNLRQ를 설립하고 지역관리기업들 간의 교류와 상호 이해 경험의 공유 노하우의 전수 등을 수행하고 있다. CNLRQ의 구성조직은 1901년 민간단체 법(결사 자유에 대한 승인 관련 법률로 프랑스에서 중요한 법률 중 하나)에 따르며 대표나 관리자로 대표되는 소속 지역관리기업들로 구성된다. 
 
CNLRQ는 지역의 대표자들과 CNLRQ가 연계한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역관리기업의 설립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어디에 지역관리기업을 만들 것인가 주민들의 참여는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경제사업과 지역사회사업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지역파트너들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등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지역의 대표자들과 함께 만든다.
 
지역관리기업이 존재하는 지역은 실업률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 프랑스 평균 실업률이 8%인데 지역관리기업이 있는 지역들의 실업률은 20~25%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지역관리기업이 활동하는 파리 17구도 이민자 등 사회 저소득층이 집중 거주하는 곳이었다. 현재 140여개 지역관리기업에서 700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 대표와 기념촬영...이 대표가 홈리스 출신이었다고 하는데 필자가 1998년 IMF 국가위기 때 홈리스 지원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었다.    ©이주원
생활공간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지역관리기업의 사명은 ‘지역을 유지하고 아름답게 하며 보살피는 일’이다. 따라서 지역관리기업의 활동은 도시재생의 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지역관리기업은 지역 내 취약계층의 사회적 통합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부족했던 사회적 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관리기업이 이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는 “생활 공간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외곽에 위치한 피브지역은 약 2000가구가 거주하며 지역관리기업에 고용된 주민은 약 40명이다. 활동 영역은 다른 지역관리기업과 유사한데 주택 및 거리의 관리 집수리 대인 서비스 세탁 등이다. 이 지역관리기업의 특징은 기업이자 민간단체이며 정치조직이기도 하다. 피브는 전통적인 노동자 도시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 중 하나로 20년 전만 해도 국영철도회사(SNCF) 의류회사 무기제조사 등 8000개의 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대부분의 회사가 문을 닫아 일자리 수가 400개 정도로 줄어들어 주거 도시정책 사회적 유대 모두가 해체되고 빈곤문제가 심각해졌다. 과거의 도시정책 및 도시개발은 산업화 및 노동(일자리)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었고 도시는 대량생산체계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해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인한 고용의 쇠퇴는 동시에 지역의 쇠퇴 사회적 유대(커뮤니티)의 쇠퇴를 가져왔다. 이러한 도시의 쇠퇴 속에서 지역관리기업은 “생활공간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실천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도출되었다.
 
첫째 지역 일자리 문제는 주민생활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주민생활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일자리·주거·사회적 관계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역관리기업은 지역의 쇠퇴가 총체적인 현상임을 강조한다. 즉 고용·치안·주거·의료·교육·사회통합 등 개별 영역의 문제들은 다른 영역의 문제들과 연관성 없이 해결될 수 없다.

셋째 지역주민의·지역주민에 의한·지역주민을 위한 지역개발이다.
 지역관리기업의 사업 내용
 
우리가 방문한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도 복합적인 성격(기업이자 민간단체이며 정치조직)을 지닌 조직으로써 앞에서 정리한 세 가지를 대원칙으로 상정하고 있는 지역관리기업이다. 이 조직도 도시재생을 위한 복합적인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근린서비스 사업 : 자율방범순찰대 빨래방 운영 주차장 관리 청소용역 등 주민들의 요구에 입각해 지역의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
○ 주민 커뮤니티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 : 주부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 등 주민교육
○ 일자리 창출 :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20~30명 가량 일자리 제공)
○ 지역 생활환경 개선 사업 : 집수리 도색 공원관리 등 
 
 
이렇듯 지역관리기업은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 외에도 일하는 사람들과 수혜 받는 사람들의 사회적 친밀성을 통해 주민들 간의 공동체성을 키워가고 있으며 집단적인 책임감과 시민의식을 발전시킨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는데 지역관리기업은 우리나라의 자활지원센터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 분야로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인력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역관리기업은 단순 일자리 제공을 넘어 노동에 대한 태도 등 일반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고용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태도가 불성실하거나 자포자기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은 고용시장에서 이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기술 교육은 물론 노동에 대한 태도 및 고용시장에서 요구하는 자세 등을 중점적으로 교육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주요 파트너인 지역의 사회주택사업자나 지자체에 의해 발주된 각종 수선 개보수 시설물 유지관리 사업에 대한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분야는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의 주택 및 시설물 유지관리보수 분야와 유사한 점이 있었다. 
 
파리 17구 지역관리기업 대표는 월급을 받는 상근자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발론티어로 참여하고 있는 분으로 홈리스 출신이었다. 이 곳의 관리를 위한 상근 스텝은 3명이다. 지역관리기업 대표는 지역관리기업의 일감 수주는 특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일감을 수주한다는 것이다. 즉 일반 영리기업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참여(고용)가 이루어져야 입찰 자격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크 즉 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 주체들 간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주민들과 그리고 선출된 지역대표들 사회주택사업자 및 지자체와 일상적인 소통을 이루고 있다. 
 
▲ 파리 17구 도시재생 전담부서 책임자와 간담회. 파리시청 도시계획 공무원으로 도시재생 현장에 직접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이 전담부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파견되어 있는데 인터사원을 포함하여 5명가량이 일하고 있으며 지역관리기업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 이주원
우리가 방문했던 당일 지역관리기업 대표의 안내로 파리시청에서 파견된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과 간담회를 할 수 있었다. 파리 17구 내 쇠퇴한 마을을 재생하기 위해 파리시에서 전담부서를 만들어 파견한 조직으로 쇠퇴지역 내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도시재생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국도 전면 철거형 재개발에서 보존 유지형 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지만 전담조직이 직접 재생지역까지 내려와서 주민들과 함께 행정을 하는 단계까지 못가고 있는 점을 비추어보면 한국의 도시재생 행정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지역관리기업의 효과
 
지역관리기업은 프랑스의 경제적인 능력 제도적인 기회 그리고 다양한 파트너십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망을 통해 지역관리기업은 스스로가 근린 서비스를 생산하고 지역의 민간단체나 기관의 프로젝트 수행자들 간의 관계를 활성화시키는 조정자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관리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회통합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며 동시에 지역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개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근래 들어 지역관리기업이 수행하는 사업에는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역사회사업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이중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 및 문제에 대한 ‘중재활동’과 같은 영역은 새로운 직종의 형태로 개발되어 지역공동체성을 활성화시키며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주원  buddhist2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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