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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놀라운 발언이다. 이런 발언, 이런 문제의식을 지닌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욱 반가웠던 까닭은, 그동안 나와 연구소가 오래전부터 이런 정책 제안을 해왔고 발간한 책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개마고원, 2021)과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이상북스, 2021, 공저)에서 이에 대한 기본 구상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연구과제도 진행했었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LH는 민간의 재산권을 제한해서 수용·조성한 택지를 민간(건설사, 개인 등)에 매각해왔다. 택지의 종류에 따라서 조성원가, 감정가, 경쟁입찰가에 매각했는데, LH가 공기업이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까닭에,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운영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적자를 메워야 하는 까닭에 기왕이면 더 비싸게 매각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편 LH가 내거는 표어는 집값 안정, 지가 안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과 같은 택지공급 체계에서 LH는 집값 안정, 지가 안정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 목표에 다가갈수록 LH는 공기업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기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기가 일어나서 집값이 오르고 땅값도 올라야 LH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개발 수요도 높아지고 개발 기회도 늘어난다. 사실 이 부분에서 LH는 민간건설사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번 돈을,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적자 메우는 데 사용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LH가 비윤리적인 공기업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사업의 구조가 이미 그렇게 짜여 있고, 그 구조를 LH 스스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서 LH도 구조의 룰에 순응해야 하는 행위자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LH가 주거복지 적자를 메꿀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땅값과 집값이 계속 올라줘야 한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주거복지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세입자의 주거비를 낮춰주기 위해서는 주거취약계층을 더 양산해야 한다는 이것, 이것이 바로 LH가 가진 딜레마다.
이 딜레마의 근본적 원인은 LH가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면 어떻게 될까? 제대로 운영하면 공공이 보유한 택지 위에 공급한 주택과 상가와 오피스는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건물만 팔기 때문에 자가 보유 장벽도 낮아진다. 민간이 부채를 크게 일으킬 필요도 없다.
택지를 임대하면 LH 사업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장기적 전망으로 개발하는 문화가 정착된다. 매각하게 되면 아무래도 단기적 시야를 갖게 된다. 처분과 즉시 관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용·조성한 택지를 계속 보유·임대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함부로 개발하지 않는다. 관리에 역점을 둔다.
그러나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려면 택지공급과 관련된 제도 '다발'을 전환해야 한다. 공기업 평가 방법도 바꿔야 한다. 자금 조달 계획도 세워야 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LH가 땅장사, 집장사 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LH가 공기업다워진다. 제대로 준비해서 실행하면 주택공급과 택지공급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투기와 건설 부패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주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 대환영이다!
- 남기업님의 페이스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