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종료된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의 과제로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및 제도 개선’이 다각도로 검토되었다. ‘사회주택’이란 공익을 목적으로, 민간(비영리·사회적경제 등)이 공급·운영하는 주택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집 짓는 건 공공이 다 하면 되지, 민간이 꼭 함께해야 할까?
아파트 단지가 아닌 곳에서 산다고 상상해보자. 늦은 퇴근길, 골목이 어둡다. 가로등 불빛이 성기게 비치고, 지나가는 낯선 사람의 발걸음이 신경 쓰인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나 복지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경우가 많다. 전세사기 뉴스가 머릿속을 스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찰이 1초도 빈틈없이 순찰하거나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들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다른 장면을 상상해보자. 건물 1층에는 카페·펍·꽃집과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고 거리는 화사하다. 소소하게 모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온종일 골목 안에서 머무른다. 입주민을 관리하는 주체가 있고, 세탁·응급약·인쇄 같은 생활 서비스가 1분 거리 안에서 가능하다. 사회복지사와 공무원들이 거점으로 삼는 공간이 있으며, 갭 투기 대신 책임 있는 건물주와 계약이 이뤄진다. 이런 환경이라면,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안전하고 풍성한 삶의 터전이 된다.
문제는, 이런 장면을 공공만으로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관료 조직이 도시의 색깔과 결을 섬세하게 만들어내기는 한계가 있다. 공공이 전부 감당할 수 없다면, 제3섹터든 민간이든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또한 세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민간과 제3섹터의 자원을 놀리고, 공공만 운전대를 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주택 정책의 ‘다음’을 위해서라도, 지역과 사람에 오랜 관심을 기울여온 역량 있는 주체와 손을 잡는 것은 필수적이다.
사회주택은 단순한 집만 짓는 해법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인프라와 콘텐츠, 탄소·에너지·쓰레기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로에너지 빌딩, 고령화·탈시설 정책과 연계된 돌봄 서비스 등 수많은 도시의 문제를 함께 풀어낼 열쇠이기도 하다. 민간 참여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다. 이제 필요한 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협력 모델이다.
물론 국정과제에 포함이 되더라도 입법 정비, 전담 부서 개편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러나 하나씩 해결해 간다면, 우리의 도시는 동네와 사람을 중심으로 더 안전하고 더 풍성해질 것이다.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는 수천 가구에 이르는 사회주택의 선례가 가득하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며 검증이 완료된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하면 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이제는 구체적 성과로 답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한솔|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